오래전부터 품어온 생각이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하다가, 가난한 과일 바구니를 이고 돌아와, 소박하게 저녁식탁을 차려놓은 채, 그분이 먼저 입 대시도록 벼이삭 문 촛대 앞에서 두 손 가슴 모으고, 문밖에 서서 들어오지 않는 비바람의 자식을 기다리는 일이 시 쓰는 일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헌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시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집 나간 아들이었으며, 쓰면 쓸수록 허공에 묻히는 시는, 어머니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점점 멀어가는 탕자의 탄식 같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