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은 엄마의 젖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밥과 반찬만 달랑 싸줄 수는 없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착한 행동, 그릇된 행동을 가르쳐주고, 나무라기보다는 선한 쪽으로 기울어지도록 편지로 권유했습니다. 몸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익히고 몸에 밴 이 정신건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년시절 받았던 이 도시락 편지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힐 삶의 역경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는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도시락 반찬은 외할머니, 어머니,그리고 시댁에서 익힌 찬들을 엮어 채운 것일 뿐입니다. 부끄럽고 썩 나서기가 겸연쩍지만 편지를 도시락에 슬쩍 가미한 것이 별미라면 별미였을까요?"
진호와 함께 런던의 친환경 이야기를 하나하나 글로 다듬어 가는 동안, 뿌연 매연에 휩싸인 서울이 자주 생각났다. 런던이 스모그 대신 파란 하늘을 되찾고 친환경 건물을 지으며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동안에도, 서울은 여전히 환경에 전혀 이로울 게 없는 고층 아파트만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곳에서의 삶이 결코 친환경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하늘은 더욱 뿌옇고, 그 혼탁한 하늘의 무게만큼 우리의 마음도 무거워질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오랫동안 편지로 서로의 안부와 이웃의 소식을 전하던 승희와 내가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우리의 바람은 소박한 것이었다.
창을 통해 바라본 이웃과 주변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눠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불어 산다는 큰 이유 하나만으로도, 더 깊고 자상한 마음으로 노력하며 살자는 약속이기도 했다.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승희가 부끄러워하며 보내준 수채화 몇 점을 덧붙이니, 우리의 부족한 글이 한결 생기를 얻은 듯해 기쁘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세상의 잣대로 가늠하는 사물의 크기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쉽게 볼 수 없는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시력을 갈고 닦는 일, 그 일을 위한 이정표를 세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버이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아름다운 시각과 세상의 작은 소리를 새겨들을 수 있는 예민한 청각을 선물하고 싶었다. 더불어 사람 사는 냄새를 늘 감지할 수 있는 후각을 키우자고, 답장도 없는 쪽지 편지 수천 통을 바보처럼 날마다 아이들에게 보냈다. 이 보잘것없는 작은 일이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큰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