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를 짓기 시작할 무렵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세 가지 상징으로 삶과 노동의 세계를 그려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기계는 세계라고 할 수 있고, 기름은 그 세계가 작동하는 힘의 원천이며, 기술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가 될 수 있겠다는 발상에서였다. 이렇게 마무리를 해본다.
(뭔가 마무리를 하고 나면 삶은 적나라해진다.)
여기 실린 시들이 지금 몸이 아파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어떤 위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값싼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는 결코 미치지 못하는 순결한 사랑의 힘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애초에 생각했던 ‘좋은 시’란 바로 이와 같이 힘이 필요한 곳을 향해 위문이 되는 시를 일컫는 것이라고 감히 말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 실린 시들은, 온전하다고 생각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전에는 병신, 불구자 등등으로 업신여김을 당했던 장애인들로부터, 노인들로부터, 선천적으로 아픈 몸을 가지고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진지하고도 의지에 찬 삶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