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그림자로 살고 있지 않나요?
언젠가 딸아이를 데리러 갔던 길이었어요. 똑같은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몰려나오는 딸아이와 친구들을 보며 ‘꼭 상어 떼 같아!’는 말을 했어요. 무심코 내뱉었던 내 말에 아이들이 물방울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요.
그 물방울 하나가 가슴에서 튀어 올라 작은 파장을 만들고 마침내 《그림자 상어》라는 동화로 태어났어요.
어느 날인가부터 유행처럼 번지던 검정색 롱패딩의 물결. 겨울만 되면 여전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남들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 남이 하니까 무심코 따라 하게 되는 행동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간혹 이런 힘든 상황에 마주치기도 해요.
친구란 무엇일까요?
하교할 때 같이 집에 가는 사이? 함께 뒷담화하는 사이? 와이파이를 공유하는 사이?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없죠.
나의 부족함까지 보듬어주는 따뜻한 진심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친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억지로 흉내 내지 않더라도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진심이 만나 알게 모르게 닮아가는 법이에요.
하지만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에요.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닌 당당한 자존감을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친구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진심 어린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똑같은 사랑을 나눠 줄 수 있지요. 내가 힘들 때 끝까지 내 곁을 지켜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친구가 힘들어할 때 끝까지 남아서 응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여러분은 진정한 친구입니다.
여러분의 베프가 되고 싶은 작가 윤미경
우리, 말하기 전에 꽃을 세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요. 꽃 한 송이, 꽃 두 송이, 꽃 세 송이를 세고 난 다음에 말을 하게 되면 우리들의 말도 꽃처럼 아름다워질지도 몰라요. 여러분의 마음 벽에 꽃 같은 말들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어느 날 빨간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여러분을 찾아가거든 말해 주세요.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해. 넌 사랑받기 충분한 아이야.”라고요.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지요. 그건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에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요? 절대 아니에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에요.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그리고 사랑하세요. 여러분의 가슴속에는 남이 갖지 못한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을 거예요.
나만의 신발을 신고 꿈을 향해 뛰어요
춘맹 씨를 만난 것은 어느 카페에서였어요.
생글생글 예쁜 미소가 돋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어요. 슬쩍 말을 걸었지요. 웬걸, 서툰 한국말에 낯선 억양이었어요.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포춘맹’ 씨는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이었어요.
대학에 가기 힘들 만큼 가난했던 춘맹 씨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입학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교환학생 추천까지 받았어요. 우리나라에 와서도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며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춘맹 씨의 말에 저는 그만 감동을 하고 말았어요.
《빨간 구두 춘맹 씨》는 중국에서 온 한 아가씨와 따뜻한 시선을 나누면서 시작되었답니다.
가끔 저도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상은 우주를 날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요. 하지만 우리의 춘맹 씨는 씩씩하게 빨간 구두를 신고 걸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편견과 무시를 당당하게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룹니다.
요즘 친구들은 꿈을 찾는 방법이 조금 서툰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정해 주시거나 남들한테 보기 좋은 꿈을 가지기도 합니다. 꿈을 이루는 방법도 그다지 재밌지 않아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하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자신이 어떤 꿈을 가질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꿈을 정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되겠지요. 구두를 신든 운동화를 신든, 자신에게 맞는 신을 신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뛰어야지요.
어렸을 적 제 꿈은 화가였어요. 작가의 꿈은 성인이 되어서 갖게 된 것입니다. 화가가 되기 위해 수백 수천 장의 그림을 그렸고, 각종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결국 10년 만에 화가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필사를 하기도 했답니다. 미술 대학을 나오지도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지도 않았지만, 마침내 저는 화가와 작가의 꿈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빨간 구두를 신은 춘맹 씨는 오늘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우리 친구들도 자기만의 신발을 신고 지금부터 뛰어 보기로 해요.
꿈을 위해 타박타박 걷는 발소리, 들려줄 거지요?
주머니 속 사탕 두 알
일상의 많은 것들이 매순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전해주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겠지요.
얼룩말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딸아이가 신고 던져놓은 양말이었어요. 동그랗게 말린 얼룩말무늬 양말이 나를 불렀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 양말 사가. 무늬가 형아를 불러.”
주인공은 길을 가다 꼬마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봅니다. 주근깨투성인 볼에 머루처럼 큰 눈을 가진 꼬마.
나는 꼬마에게 당당함을 허락했어요. 꼬마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에요. 각각 사연을 가진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뿐이니까요.
사실, 주근깨와 동글동글한 눈의 설정은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어요. 뱀에게 물려 지구를 떠나기까지 어린왕자는 이곳에 2년 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막으로 가기 전 어린왕자가 나를 찾아왔다면 어땠을까.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종종 있었지요. 판타지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신비로운 캐릭터. 내가 그리고 싶은 아이였어요.
꼬마는 아무에게나 양말을 팔지 않아요. 무늬나 갈기에는 주인이 있고 각각 사연이 있지요. 꼬마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정말 어린 왕자처럼 소행성 B612에서 왔는지도, 아님 동네 어린이집에 다니는 평범한 아이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끝내 꼬마아이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어요.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온전히 남겨두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우리는 뭔가를 잃어버리고 삽니다. 꿈을, 순수함을, 부모형제를 또는 연인을, 친구를…. 가끔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외로워하기도 하지요.
여러분 또한 무언가 잃어버리고 살고 있겠지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나 어른들에 의해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고 또는 변명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작가는 종종 자기가 쓴 글에 직접 들어가 혼연일체가 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합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그런 귀한 경험을 했어요. 초고부터 울컥하더니 장편으로 쓰는 과정에서는 펑펑 울면서 썼답니다. 퇴고 할 때마다 눈물이 흐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이 글을 쓰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이는 사실, 작가인 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는 늘 주머니에 사탕 두 알을 넣고 다녀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사탕 두 알을 준비해 보세요.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양말을 파는 꼬마를 만나거든 꼭 양말을 사시길. 주머니 속 사탕 두 알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줄 마법의 동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 꼬마는 자존심이 강해요. 절대 공짜 사탕을 받지 않으니 이 점도 유의하시길.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