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시야
조물주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너를 만나게 하려고
그 먼 길을 돌고 돌아
여기에 오게 했구나
진창에 있던 어린 싹이 훌쩍 자라
연꽃 활짝 필 때를 기다리면서
베인 자리에 고춧가루 뿌려진 듯
얼얼한 가슴
곰삭을 때를 기다리면서
겨울바람에
갈대 다 꺾이고 또 부러지는
숱한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햇간장 익어갈 때
흰 곰팡이꽃 피듯
나날이 나날이
흰머리 피어날 때를
무던히도 기다리면서
6월의 모란
쇠잔한 빛을 내면서
두어 개의 꽃잎
겨우 달고 있을 즈음과 같은
나와 손잡고
가게 하려구
떠다니는
으스스한 가을바람 소리
더 이상 홀로 듣지 않게 하려구
너를 나에게 보냈구나
시야 반갑다
2023년 봄이 오는 동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