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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장소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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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그림 그림자>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내가 모딜리아니 책을 쓰려고 마음먹은 까닭은, 그의 속깊고 한결같은 '사람 사랑의 마음'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였다. 하늘을 찌를 듯 날치는 기게문명인지 개불인지 등쌀에 사람이 사람대접 제대로 못 받고, 날이 갈수록 사람답게 살기도 어려워지며, 사람노릇 제대로 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왕따'당해 스러져 가는 요즈음 같은 얄궂은 세상에, 평생을 우직스럽게 사람만을 사랑한 '바보 같은' 화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철조망 바이러스

터벅터벅 50년 세월 내가 쓴 글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처음 발표된 것이 1971년 5월이었다. 내 희곡 〈일설 호질〉이 극단 〈상설무대〉의 정기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을 오늘의 현실로 옮긴 마당놀이 형식의 풍자극이었다. 의욕은 대단했지만, 제대로 된 극장도 아닌 아현동 고갯마루에 있는 허름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창단한 신생 극단이 공연한 소박한 무대였다. 대학교 연극반에 미쳐 지낸 세월의 연속이었지만, 나를 극작가로 세상에 알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무튼 그 작품 덕에 세상이 나를 글쟁이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50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글쟁이가 된지 50년이 된 것이다. 어느새… 이어서 모노드라마 〈어스름 달밤〉, 공해 문제를 다룬 2인극 〈별따기〉 등을 써서 공연했고, 1974년 탈놀이 〈서울말뚝이〉가 극단 〈민예극장〉의 인기 공연 작품이 되면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극작가가 되었다. 탈춤, 판소리, 굿 등 우리 전통 연희의 현대화라는 깃발 아래 극단 민예의 허규 선배를 비롯해 연출가 손진책 등과 죽이 잘 맞아 신바람 나게 놀던 정말 좋은 나날이었다. 내 평생의 스승 극작가 김희창 선생님을 만난 축복의 시절이기도 했다. 그 후로 나는 유학이네 이민이네 하면서 바다 건너 떠돌이 나그네로 살면서도 줄기차게 글을 썼다. 광고문안, 신문 잡지 기사, 칼럼부터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 공연대본, 미술책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써서 여기저기에 부지런히 발표했다. 그러니까, 나는 글을 써서 지금까지 먹고 살았고, 가정을 건사하고 아이들을 키운 ‘생계형 글쟁이’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책을 25권 넘게 발간했고, 50편의 희곡을 공연하거나 연극잡지에 발표했다. 딱히 내세워 자랑할 만한 책도 없고, 대단한 화제작도 못 낸 허름한 글쟁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하늘이 주신 복이려니 여겨 허리 꺾어 절한다. 물론,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없을 리 없다. 가득하다. 특히, 희곡을 계속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크다.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나그네 타향살이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나는 희곡을 문학작품이라기보다 공연대본이라고 생각하며 써왔기 때문에 현실과 밀착하지 않은 글을 쓸 수도 없었고, 공연되지 못할 희곡도 쓰기 어려웠다. 항상 급하게 써야할 글이 밀려 있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도 이민 초기에는 상당히 많은 희곡을 써서 공연했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때는 미주 한인연극계도 제법 활발하고 공연도 많았다. 가난했지만 순수하고 생동감 넘치게 꿈틀거렸다. 그래서 나도 신나게 써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동네 연극판이 메말라가기 시작하더니, 속수무책으로 모래바람 황량한 황무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국 무대를 떠난 지는 너무 오래 되었고, 내가 사는 동네에는 무대가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공중에 떠버린 ‘왕년의 극작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계속 부채의식을 느끼지만, 뾰죽한 방법이 없다. 물론 멋진 작품을 쓰고야 말겠다는 희망은 살아있다. 그건 그렇고… 그래도 명색이 50주년인데 혼잣술 몇 잔 마시며 나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것으로 넘기기엔 못내 섭섭했다. 그래서 주섬주섬 펴낸 것이 이 작은 책이다.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어중간한 짧은 글을 추려 모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써놓은 글은 상당히 많았다. 책 몇 권은 될 분량 중에서 고르고 골라 엮었다. 짤막하고 들쭉날쭉한 글들이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꾹꾹 눌러 담아 푹 익힌 작품들이다. 짧지 않은 세월 울퉁불퉁한 길을 타박타박 걸어온 나 자신에게 주는 글들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마음도 차곡차곡 담았다. 감사의 절을 올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에 한 분 한 분 거론할 재간은 도무지 없다. (무슨 시상식도 아니고…) 다만, 아무리 작고 하찮은 영혼이라도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가 새롭다. 그 간단한 걸 50년이나 걸려서 겨우 깨우쳤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어쩐지 많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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