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이지만
어느 날엔 혼자서 미래를 그려볼 때가 있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단언해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낯선 기분이다.
저곳이었나.
우연히 길을 지나다 그 골목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나아진 후에야
그 골목을, 내 미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나아져야 했구나.
나라는 사람은 이 정도에서 미래를 꿈꿔보는구나.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다른 기분들이 들긴 하지만
수용소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그날의 대화는 나에게 사건이 된 것 같아.
그날로부터 난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그날 밤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빼앗기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나 스스로 잃어버렸다는 걸 어제 알게 되었어.
자유 뒤의 책임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것도.
나는 그 사람이 언제 자유로워질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러나 자유로워질 거라고 믿고 있다.
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