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에서 나는 냉혹한 자가숙청 등 빨치산 사회 내부의 모습을 목격한 그대로 적어봤다. 몇만 년을 진화해온 인간의 문명이, 몇십 년을 길러온 인간의 양식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고, 벗겨지며, 원시로 돌아갈 수 있는가를 그려보고 싶었다. 이 기록에서 나는 극한상황에 즈음한 인간의 가식없는 심정을, 어쩌다 이 죽음의 대열에 뛰어든 젊은 지성들의 고뇌를, 그리고 빨치산도 인간이게에 피할 수 없었던 시(詩)와 낭만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은 주의 사상은 물론 전쟁 그 자체와도 아무 상관없는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들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