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그리하여 그와는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랑은 가혹한 형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은 왜 이처럼 현명하지 못한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영영 다가설 수 없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 그러나 그것이 어떤 아픔을 동행했을지라도 기다림이 있었던 그 순간만은 감미로웠던 것을.
기다리는 것이 오든, 오지 않든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람을 행복하다고, 그것이 우리 삶이고 우리가 살아나갈 힘이기에.
사랑때문에 밤을 새워 본 기억이 있는지. 그로 인해 설레이고 가슴 떨리며, 그로 인해 세상의 종말까지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몸서리치도록 사랑하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이 당신에겐 있는지. 가슴이 아팠다. 이 시집을 쓰면서 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 <책 머리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