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며 나는 걱정에 태산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하는 사람이 만만찮게 있을 것이고, 그런 분 가운데 '이아무개라는 이 인간 못쓰겠네'하고 앙심을 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다. 등신을 겨우 면한 둔한 인간이 꼭 제가 아는 바만큼의 사람 이야기를 썼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진실은 강하다는 것을 믿는 바이므로 아주 맞아죽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기억하고 있으나, 지금 나를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0인 여자 - 그런 존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림보Limbo라는 지옥이 있다고 한다. 잊혀진 사물들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들로부터 림보에 버려진 나는 무엇일까.
여기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림보라는 지옥에서 쓴 것들이다. 그렇지 않은 것도 물론 제법 있다. 그렇지 않은 이야기 가운데는 일부 각색한 것도 있다. 각색 없이는 쓸 수 없는 것도 있다. 나름대로 각색을 한다고 했으나 어설프게 된 것도 물론 있을 터이다. 어설프다면 너그러이 -그때 그러했듯이- 봐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책머리에_'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들에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