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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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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홀로 선 자본주의>

풍경을 담다

풍경이 바뀐다. 하루가 지나며 하루의 길이만큼 풍경이 달라지고, 변해가는 풍경이 달을 밀어내고 해를 넘긴다. 나는 한 지점에 오랫동안 서서 풍경의 변신을 지켜본다. 살아가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어야 세상 갖가지 형상들이 슬라이드처럼 움직인다. 사는 일은 서 있는 일, 서서 관찰하는 일이다. 보면서 생각한다. 풍경이 이 시대의 역사 현장에 무슨 뜻을 품고 드러나 보이는지,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에서 연일 변용되는 것은 또 무슨 연유인지 생각하는 일이다.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더 나을까 상상해보는 일이다. 뭔가를 써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록하지 못한 것들이 거의 태반이다. 그러나 시선에 포착된 현상들이 마음 속 물결을 일렁이게 했던 의미들을 골똘히 생각하고 연유를 적어두는 일이 필요할 터이다. 기록이란, 흔적이다. 세상이 나의 눈과 머리에 남기고 싶었던 자취다. 내가 숨 쉬며 살아왔던 발자국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희망을 은근히 내 보이는 일이다. 누군가는 내가 전하고 싶은 풍경들을 활자로 읽을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로 초대하여, 눈의 높이를 맞추고, 나의 기억과 나의 상상을 나누려 한다. 아직은 조금 더 서 있어야 하고, 조금 더 많이 눈을 열어야 하고, 조금 더 가슴을 떨어야 하고, 조금 더 기록해둬야 할 것도 남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수업을 종료할 때마다 일단 마침표를 찍는다. 중간 마침표들이 모이고 쌓여 이윽고 종강(終講)을 알릴 것이다. 그때까지다. 2019년 12월 연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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