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제2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지금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2004년 MBC 조사)가 된 〈노을〉은 경기도의 맨 남쪽 작은 마을 평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평택에서 미술 교사로 있을 무렵 제자인 최현규가 지은 곡에 내가 노랫말을 붙인 것인데, 서정적인 멜로디를 듣자 눈앞에 평택의 아름다운 노을이 그려졌습니다. 평택은 서쪽 바다가 가깝고 들이 넓어 날씨가 좋으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다음 날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하늘의 신호입니다. 노을이 진 다음 날은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동쪽 하늘에 둥근 해가 떠오르지요. 또 노을은 이제 일을 마치고 놀아도 좋다는 신호입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은 사람들이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 온가족이 오순도순 한 자리에 모여 앉는 시간이지요. '놀다'라는 말이 노을의 줄임말인 '놀'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림책 《노을》을 만들기 전에 나는 다시 평택에 가서 노을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월이 지나 초가집은 사라졌지만 평택 하늘의 노을은 변함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몇 날 며칠 노을을 바라보며 그림책을 어떻게 만들까 어떤 그림을 그릴까 고민했습니다.
이 그림책 《노을》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자연과 노을을 잘 보여 주는 그림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