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오래된 책이나 만화를 닳아 없어질 정도로 읽고,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요소의 디테일과 개성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만화의 세계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비법’이 담긴 책이 없는지, 작은 고향 마을의 헌책방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몇 년 전, 평생을 찾아다녀도 그런 책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캐릭터는 물론, 다양한 요소와 물체, 동물의 특징과 본질을 표현하는 방법을 설명하려면, 고작 책 한 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무수한 요령과 비결, 노하우를 담으려면 백과사전 같은 시리즈가 필요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받아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튜토리얼 시리즈를 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케이블과 와이어, 신문 외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림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데 흠뻑 빠진 저처럼, 그리는 방법에 진짜로 흥미를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오직 저만 소장할 책이 될지라도, 책에 담긴 아이디어를 책장에 처박아 두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디어를 무료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큰 프로젝트를 대가 없이 진행하려면 얼마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잠을 많이 줄여야 했습니다. 이를 악물고 매일 오전 4시에 알람을 맞췄습니다.
우선 튜토리얼에 사용할 아이디어부터 정리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전부터 10가지 시작해서 20, 30으로 점차 늘려나갔습니다.
주변에서 제공한 아이디어가 리스트에 추가되었고, 지금은 상당히 긴 리스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아이디어와 앞으로도 얻게 될 모든 아이디어를 이 시리즈에 넣을 생각입니다. 단순한 ‘그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제가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예술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서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무의미하고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을 소중히 돌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나라는 인간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획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작품에 담긴 디테일 속에서 당신의 정열과 생각, 감성, 유니크한 세계관을 볼 것입니다. 큰 테마와 대담한 표현은 분명 보는 사람의 관심을 끌지만, 그들을 질리지 않게 만드는 건 디테일입니다. 작품 속에 숨겨진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고 공감할 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 디테일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들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시간을 들여서 자세히 본 사람만, 진심으로 본 사람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디테일에서 기쁨을 찾아보세요. 당신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 만들어낸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디테일입니다.
재능이 어떤 길을 걸을지는 습관이 크게 좌우합니다.
그림을 배우는 일은 모험입니다. 혼자서 준비하고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스킬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입니다.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쏟고, 얼마나 의지가 강한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저의 예술적 여정, 즉 배움의 과정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작품이 어떤 결과를 낳든 우리는 이 일이 성공과 실패와 상관없이 창작에 밑거름이 되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창작욕을 자극하는 짧은 순간의 번뜩임 덕분에 수없이 많은 날을 드로잉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돌파구를 찾든, 생각만큼 잘되지 않든 조금씩 저만의 스타일을 꽃피우는 과정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이런 순간은 혼자 맞이합니다. 모든 찰나의 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험하고, 수없이 그린 선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드로잉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비유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드로잉이란 나만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행위입니다. 나만의 드로잉을 완성하려면 평생이 걸릴지 모릅니다.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도와준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충분한 여유 시간은 하루 중 언제나 있습니다. 그 시간을 합치면 그림을 그리는데 막대한 시간을 쏟을 수 있고, 다른 일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유 시간은 ‘누구라도 반드시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도 시도해볼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1. 15분 일찍 일어나기 2. 점심시간을 10분 단축하기
3. TV/인터넷/게임 시간을 15분 줄이기 4. 자기 전에 10분 시간을 만들어보기
이렇게 작은 시간이 모여서 하루에 50분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한번 계산해보세요.
하루에 50분이라는 시간을 1년간 투자하면 304시간이 됩니다. 하루의 노동 시간을 7시간이라고 하면 생활을 큰 폭으로 바꾸지 않고도 43일의 시간 동안 그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책이나 만화를 만들거나 게임 디자인 혹은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등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언급한 방법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틈새 시간을 길게 연장하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하루 50분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을 손쉽게 끌어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방법이든 그림과 창작은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습관이 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기술까지 더 빠르게 성장하면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프로젝트도 더 크고 복잡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커다란 목표도 매일 쌓아 올린 작은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저처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로잉이 습관이 되면 인생은 바뀝니다.
우리는 창조로 이끄는 무언가를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호기심, 목표, 표현하고 싶은 욕구 등 그것이 무엇이든 종이 위에서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덧없이 잊히고 말지만 드로잉은 영원합니다. 드로잉에 쏟는 시간과 필요한 노력이 지면에 나타날 뿐 아니라 마치 스냅샷처럼 인생의 특정 시점에 내가 가진 능력과 창조의 대상을 기록할 수 있고 오래도록 남습니다.
물론 드로잉이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면을 볼 수 있는 창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드로잉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작가의 본질이 자연히 드러나게 됩니다.
드로잉은 노력과 주의력,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을 선택하고, 연구하며, 원하는 대로 완성하기만 바랍니다. 이런 모든 행동은 긍정적이고 개인적이며, 대부분은 이런 요소가 만드는 깊고 편안한 집중력을 드로잉 외의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드로잉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의미 있는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