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내는 시집인데 140년처럼 먼 것 같다.
140년 전에 나는 어느 여름을 살았고
140년 후에는 또 어느 시냇물이나 구름,
혹은 바람 같은 것으로 흐르고 있을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름의 눈사람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들.
가을밤 하늘에 보이지 않는 소 한 마리가
달을 끌고 간다.
2017년 그해 여름
이 세상에 그 누구든 꽃피는 시절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시절을 모르고 힘들어 하며 지나갈 뿐입니다. 어쩌면 지치고 외로운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시간이고 가장 환한 빛을 발하고 있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힘들어도 미소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가난하고 어려워도 그 과정을 묵묵히 이겨내며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판 시인의 말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를 이제 보낸다.
그 들판에서 너무 오랫동안 서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절망이여,
햇빛에 반사되어 날아가는 저 눈부심들이여……
2003년 3월
권대웅
개정판 시인의 말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그 기억과 감정과 풍경들이 살아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마치 버려두고 왔던 아이가 커서 찾아온 것처럼……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파란 신호등이 켜져도 건너지 못했던
그 생의 한때를 당신에게 바친다.
쓸쓸해야 할, 쓸쓸해서 환해질 당신께.
2022년 10월
권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