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자의 오른쪽 서랍은 이번 주에 읽어치워야 할 영화들의 자료가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왼쪽 서랍은 이미 스쳐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으나,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영화들의 몫입니다. 이 책은 제 왼쪽 서랍입니다. 편애의 기록입니다. 제 초라한 왼쪽 서랍을 왼손잡이 당신에게, 잡동사니에 눈길이 머무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잠깐!"흐르는 삶을 붙잡아 가둔 영화 안에서 이렇게 외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빼어나게 아름다워서,의미심장해서,잠시 멈추어 응시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은 비범한 장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영화 비망록을 엿볼 수 있다면…‥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한 영화의 베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세상 모든 관객의 '정지된 영화'가 벽 가득히 걸린 화랑 한가운데 누워 잠드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