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대기업은 세계화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굳게 닫혔던 시장이 세계화로 활짝 열리자, 이들의 시대가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다시 서로에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1960년대의 냉전 시대가 다시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글로벌 거대기업이 무한 팽창하던 시대 역시 저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 추구 욕망 자체를 완전히 멈춰 세우진 못할 겁니다. 이들의 세계화·다국적화는 시장이 있는 한 계속될 겁니다. 다만, 그 행보에 장벽이 생긴 건 분명합니다.
세계화를 ‘세계인의 질적인 동조화’로 정의하는 한, 그것은 신뢰 없이는 이룰 수 없습니다.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지만 세계화를 관통하는 철학은 그래서 신뢰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는 신뢰 대신 불신, 협력보다는 불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인류 역사는 가끔 퇴행을 보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지성을 믿어야겠죠. 역사의 수레바퀴를 완전히 뒤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멈칫하는 듯해도 역사는 진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