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가 세상을 뜬 지 올해로 꼭 일천 백 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세월이어서 많은 게 변했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 시절의 임금과 귀족과 세도가들을 쏙 빼닮은 이들이 곳곳에서 활개 치는 모습을 볼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참으로 뿌리 깊은 이 민족의 어떤 심성을 엿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허균이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이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한 궁예 같은 인물은 거듭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일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궁예가 세상을 뜬 지 올해로 꼭 일천 백 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세월이어서 많은 게 변했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 시절의 임금과 귀족과 세도가들을 쏙 빼닮은 이들이 곳곳에서 활개 치는 모습을 볼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참으로 뿌리 깊은 이 민족의 어떤 심성을 엿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허균이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이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한 궁예 같은 인물은 거듭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일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다.
그저 놀랍고 반갑다는 생각뿐이다.
책을 낼 때마다 덤으로 봄을 한 번씩 더 맞는 느낌이니
올해는 나의 봄이 좀 길어지겠다.
연작소설을 쓴다는 마음으로 일정한 테마를 중심에 놓고
해가 네 번 바뀌는 동안 열두 고개를 넘어 마무리지었다.
건넛마을에 홍매화가 피었다니
슬렁슬렁 꽃구경이나 하고 와야겠다.
햇살 따사로운 한낮,
멀리 비로봉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시를 못 쓰고 지냈다. 뒤늦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개인전을 두 번 열었을 때, 내가 그동안 그림 속에 시를 써 왔음을 퍼뜩 깨달았다.
무릇 시라는 것은 꼭 문자의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 건 아니고, 그림이 시일 수 있고, 사람이 시일 수 있고, 저 새소리와 구름과 솔숲 향기가 시일 수도 있다는 것.
원고지를 펼치자 그 시들이 저절로 옮겨졌고, 다듬고 보태어 오늘 시집으로 엮게 되었다. 설레고 기쁘다.
- 2023년 여름
나는 올빼미족입니다. 낮엔 온종일 하품하며 빈둥대다가 땅거미가 내리면 갑자기 두 눈에 불을 켜고 활개 치는 사람이지요. 소설가이자 시인인 올빼미족은 도대체 어떤 곡식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를 여행하며 취미가 무언지 네 계절에 걸쳐 보여주자는 게 이 책을 쓴 동기입니다.
간혹 낮에 쓴 대목이 들어 있지만, 간단히 메모해 두었다가 밤에 마무리한 것이니까 이 책의 모든 글은 밤에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도 산골짜기처럼 한없이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 모두들 편안히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
이는 노자가 한 말인데, 세 단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랑, 검약, 겸손.
장일순 역시 이 단어들을 가슴에 담고 되새기며 일생을 살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노자의 보물이 어떻게 장일순의 손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장일순이 어떤 식으로 이 보물을 동시대 이웃과 나누었는지 추적하기를 통해,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며 구현해야 하는 덕목과 가치를 살피는 작업이 된다.
저는 이 소설을 쓴 소설가 원재길입니다.
여러 지면에서 이 소설에 대해 쓴 글을 보면,
지나치게 어렵게 이 소설을 이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글쓴이로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직접 몇 자 적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네 명입니다.
1)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2) 이 여자의 남편,
3) 이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4) 그 남자의 아내.
석기시대부터 이천년대까지,
우리 나라의 반만년이 이 소설의 무대입니다.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한권에 압축한
최초의 장편소설인 셈이지요.
시대 순서대로 네 인물의 <러브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너무나도 한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이루기 전까지는 결코 죽을 수 없다>고
주인공들은 생각합니다.
이 지독한 사랑에의 열정과 집념으로 인하여,
이들은 천년 이상 죽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에로티시즘의 생명력>,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으로서의
<사랑의 힘> <사랑의 갈등>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와 주석,
그리고 유머와 해학을 동원하여,
한 편의 <유쾌하면서 쓸쓸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하였지요.
왜 있지 않습니까.
정현종 시인께서 시에서 노래한
이런 구절 말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
우리 모두는 남녀 관계를 떠나선 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는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 사는 어느 누구에게나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일부인 것입니다.
부디 저의 소설을 통해서,
독자 여러분 모두가 한바탕 <즐겁고 격렬한 사랑>을
체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2001. 2. 6
암사동 신석기 시대 유적지 옆에서
(2001년 2월 6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