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수의 글
수학으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
대다수의 한국 학생들에게 어렵고 재미없는 수학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덧셈뺄셈만 할 줄 알면 되지 굳이 미적분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대학 진학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수학이라는 학문과 담을 쌓고 지낸다. 하지만 수학이 돈을 벌어준다면 사정은 어떨까?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목적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려는 것이라면, 수학은 돈을 벌어주는 학문으로 가장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드워드 소프의 《딜러를 이겨라》는 현대 사회에서 수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자세히 소개된 바와 같이 그는 확률 분석을 통한 최적의 블랙잭 전략을 연구했고, 실제로 이 전략을 이용해 직감, 배짱, 속임수 그리고 근거 없는 미신이 지배했던 과거의 구태의연한 도박판을 평정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수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전략을 외우고 숙지하면 지금 당장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책이 1960년대 나온 고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기서 제시된 전략이 2014년의 카지노에 100% 유효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프 역시 이 책으로 인해 그 당시 블랙잭 규칙이 변경되는 불리함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는 블랙잭의 각 전략들이 가지고 있는 확률적 이점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경된 규칙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로 수정하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블랙잭 플레이어 역시 이 책에서 제시된 각 전략을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각 전략의 본질을 이해하고 현대의 수정된 규칙을 반영한 자신만의 전략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제시된 각각의 전략보다 이 책에 영향을 받은 후대의 많은 영역의 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금융시장도 소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프는 이 책의 후반부에 주식시장에 대한 생각을 짧게 언급했는데, 실제로 5년 뒤에 《시장을 이겨라Beat the Market: A Scientific Stock Market System》(1967)는 책을 통해 주식시장에 대한 그의 접근 방법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가 세운 펀드는 그 뒤로 29년 동안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강연을 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James Simons도 수학을 이용한 펀드 운용으로 13조원의 부를 쌓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나 역시 숫자를 이용한 계량 모델을 이용하는 퀀트애널리스트로서 금융시장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말로 수학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단순한 도박 전략 소개서가 아닌 현대 응용수학의 출발점이 된 훌륭한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이 책으로 인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분야에 수학적인 아이디어를 응용해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 안혁, 한국투자증권 퀀트 애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