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냈다. 난생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 스스로에게 한번쯤은 큰소리 치고 싶었다. 등단 후 십 년이 지나서야 첫 산문집 ‘밥 푸는 여자’를 냈고, 다시 십 년 만에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로 돌아왔다. 떠난 적이 없으니 돌아왔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이번에는 남다른 각오로 썼다.
십 년 전 책을 내면서 썼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나의 글쓰기 작업은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요, 수단이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 또 작가의 말을 쓴다.
나는 늘 슬프고 고독했다. 어떤 날은 전쟁을 치르는 여전사처럼, 어느 날은 꽃을 찾는 나비처럼, 투쟁과 설렘을 반복하며 살았다.
여전히 생계형 인간으로 살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화양연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고통이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다.’고 했지만, 어쩌면 내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문장들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다. 결핍과 고통과 비루함에서 탄생되었다.
때론 삶의 고통이 반짝이는 문장으로 날아오를 때가 있다. 그 찰나적 느낌이 글을 쓰게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꿈을 꾸고 싶다.
어느 가을날 만리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