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산 주체는 기자다. 기자는 정보를 선택, 평가, 처리, 통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뉴스를 생산하는 최종 결정자이다. 기자가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다. 기자 개인의 가치나 신념, 미디어 조직의 관행과 더불어 정치·경제적 환경, 이데올로기, 문화 등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전통적으로 뉴스 연구자들은 이들 외적 환경요인들을 중심으로 뉴스 생산 과정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기자가 외부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할 때 머릿속 인지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는 간과해 왔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 언론학자인 스토킹(?Stocking?)과 그로스(Gross?)가 1989년에 펴낸 책은 기자들이 뉴스를 생산하는 과정에 그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서다. 이 책이 나온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뉴스 편향 문제를 기자의 인지적 요인에 주목해 설명한 연구는 드물다(D. Ryfe, 2022).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뉴스 생산 과정을 주로 외부의 환경제약 요인에 의존해 설명해 왔던 전통 연구자들에게는 따끔한 죽비?(竹??)와 같다.
저자들은 첫째, 기자들이 뉴스를 생산할 때 자주 범하는 편향과 오류는 외적 환경요인 때문인가? 둘째, 뉴스에 포함된 수많은 편향과 오류는 기자들의 내적 인지 기제와는 무관한가? 셋째, 뉴스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환경요인은 기자들의 내적 인지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는가? 넷째, 기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마음, 그리고 습관은 뉴스 편향이나 오류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그리고 답한다. “우리가 매일 보고 읽는 뉴스의 편향과 오류는 외부의 환경적 제약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발간된 지 제법 오래된 이 책을 역서로 펴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뉴스의 편향과 오류를 설명하는 근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자들이 뉴스를 생산할 때 편향과 오류를 범하는 이유를 이 책만큼 설득력 있게 설명한 책을 아직 보지 못했다. 둘째, 기자들의 뉴스 편향과 오류를 ‘사회적 요인’이 아닌 ‘인지적 요인’에 바탕을 두고 설명하는 놀라운 통찰력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와 뉴스에 관한 편향 연구는 수없이 많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기자의 머릿속에서 정보가 내재적으로 어떻게 왜곡·편향되며, 그 결과 뉴스가 왜 오류를 낳게 되는지에 대한 인지적 개념과 이론적 단서들을 제시한 연구는 별로 없었다.
많은 언론사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AI가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뉴스를 뚝딱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AI가 만들어 내는 뉴스도 결국 기자의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인지적 절차를 건너뛸 수 없다. 뉴스 생산을 위한 궁극적인 주체는 기자다. 기자가 정보를 인출, 선택, 투입, 조직, 통합, 수정의 과정을 거치는 ‘생각 습관’이 AI로 생산된 뉴스에도 개입할 것이다. 기자의 머릿속 인지 절차 과정이 뉴스의 편향과 오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뉴스에서 편향의 문제는 기자의 ‘생각 방식’이나 ‘생각 습관’과 떼어놓고 설명될 수 없다. 우리가 원저자의 책 제목을 약간 변형해 『기자의 생각 습관 : 뉴스 생산 과정에서 인지 편향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탈진실과 AI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뉴스 편향과 오류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다. 뉴스 편향과 오류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 역서가 상당 부분 설명해 줄 것이다.
2023년 12월 섣달
이완수·김소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