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든 전업 주부이든 분명히 중년의 여성은 존경받는 이 땅의 어머니이며, 젊은 시절보다 훨씬 당당한 자기 삶의 주인이다. 가족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당당해졌고 학부형으로, 동네 일꾼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아줌마가 자신 있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 않는 금이 그어진 것 같다.
동네 일을 건의하러 구청에 가거나 교통 사고로 보험회사에 가거나 하다못해 큰 병원에만 가도 왠지 주눅들고 남편을 내세우고 싶어진다. 시장에서는 서로 정겹기만 하던 '아줌마'도 이런 큰 건물 속에서는 갑자기 주책없어 보이고 떼어내고 싶은 꼬리표가 되고 만다. '고귀한 어머니'가 '주책없는 아줌마'로 전락해 버리는 순간이다.
이처럼 중년 여성은 두 얼굴을 지닌다. 서구에서는 중년 여성을 '백조'와 비교하여 '흑조'라고 한다. 엄청난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아줌마의 삶을 표현하는 말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중년 여성의 현주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