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을 아주 멋지게 보냈어요. 시간은 언제나 충분했고 그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울 수 있었지요.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책 속에 풍덩 빠져들어 이런저런 공상을 하는 것이 제일 좋았어요. 요즘처럼 책이 많진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사주신 책 가운데서 마음에 쏙 드는 동화를 발견하면 정말 행복했어요. 모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보다 더 마음 졸였고,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몰래 닦기도 했어요. 무서운 이야기는 차마 계속 볼 용기가 없어서 눈을 꼭 감고 책장을 마구 넘기기도 했어요. 어떨 땐 쪽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책장을 넘기는 게 무척 괴로웠지요. 그렇게 책을 읽으면 나도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아주 먼 곳을 여행 다녀온 것도 같고, 4차원 세계에 갔다 온 것도 같은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할아버지 마음에 봄을 불러 줘
누구나 한 번쯤은 이별을 경험했을 거예요. 단짝 친구가 전학을 갔다거나,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거나 말이에요.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하나요?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아 마음이 찡하고, 미안했던 일들이 떠올라 눈물도 나고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곧, 언젠가는 다시 만날 희망을 가지게 되지요.
그런데 가족과의 이별은 아주 특별해요.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질 때도 있지만, 늘 진한 그리움이 솟아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보고 싶어져요. 그것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라면 더 그래요. 사진만 봐도, 이름만 불러도, 얼굴만 떠올려도, 뜨거운 덩어리가 가슴속에서 밀려와요. 잘해 준 일은 하나도 생각 안 나고, 못 해 줬던 일들만 떠올라요. 가족과 이별한다는 건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이에요.
이 동화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떠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해요. 할아버지의 삶은 언제나 추운 겨울이었어요. 그 겨울에 봄을 가져다 준 친구가 있어요. 늘 옆에 있어 주고, 말을 걸어 준 할아버지의 손자 건우예요. 건우는 어떻게 할아버지 마음에 봄을 불러 줬을까요?
동화를 읽은 친구들이 건우처럼 외로움과 슬픔에 빠진 가족, 친구, 이웃에게 봄을 불러 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