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꿈이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은
사라지는 곳
기억에만 있는 곳
여전히 출근하고
날마다 퇴사를 꿈꾸면서도
사라지고 있는 골목들을 걷는다
살아나고 있는 말들을 기억한다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인 걸,
오늘도 아름다움을 꿈꾼다
2023년 여름
한동안 시를 멀리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시에 대한 나의 배려였다. 어느 누가 그랬다. 그만 우려먹으라고. 그 집착을, 그 비굴함을, 그 신념을, 그 가난함을, 그 비웃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이렇게 내놓는다.
더 이상 멀리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동경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대로 삶을 우려먹으며 살려고 준비 중이다.
나의 첫 이야기인 아버지, 어머니께 두 손으로 부끄러움을 보낸다.
2013년 초여름
유현아
생각해 보면 나의 십 대에도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현아야!”라고 다정하게 손짓하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나에게 말 걸기 어려웠다는 친구, 집까지 찾아와 학교 오라고 설득했던 선생님, 마지막 십 대에 만난 회사 선배들, 그리고 가족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들이 나를 지지해 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견디고 있는지 몰라요.
이 시들은 제가 만난 십 대 친구들의 이야기이며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소할지 모르지만, 우주보다 더 큰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한결 좋아지니까요. 특히, 세영과 희정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함께 꿈꾼다면 조금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