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뜻하지 않게 WHO 서태평양지역 지역총장에 당선되어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까지 무척 바쁘게 살았던 날들을 정리, 기록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30대 젊은 나이에 WHO 지도자들을 만났던 인연으로 오랜 기간 WHO와 가까이 지냈다. WHO를 통해 나의 절친이 된 이종욱이 WHO 사무총장에 당선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왔다. 그가 당선된 이후에는 그를 멀리하는 것이 그를 돕는 길이라 생각하고 WHO 근처
에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임기 시작 3년 만에 비명에 떠난 그가 다시 나를 WHO로 불러낸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이 책 제1부, ‘다시, 가지 않은 길 위에 서다’에 나온다. 제1부 제목을 ‘다시, 가지 않은 길 위에 서다’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WHO 선거에서 당선된 뒤 나를 무척 아껴주시는 의대 선배께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자네 일생 동안 남들(다른 의사들) 안 가는 길만 골라 다니더니 이번에 또 큰 사고를 쳤네. 아무튼 축하하네”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의사로서 40년간 걸어온 길이 늘 그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