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나는 20년 넘게 청각장애 영유아 교육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다 발달지체 유아 학교에서 2년간 근무한 것이 계기가 되어 54세의 늦은 나이에 새롭게 지적장애아교육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나의 인생을 한 해 한 해 전력투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적장애아교육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2006년 부산구화학교로 다시 돌아온 나는 안달이 났다. 학교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를 ‘작은 사회 학교’로 만들어 학생들이 지역사회 적응에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자폐아들은 특수학교의 전체 지적장애학생 중 대략 1/3이 재학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는 뭔가 군색하다는 생각이 항상 맴돌고 있었다.
자폐증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은, 머리를 부딪치는 등 특유의 행동을 보이고 언어 사용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며,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고 미래가 없다시피 한 존재를 떠올린다. 이 점에서는 대부분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자폐아에게 있어서 사회적 기술을 습득게 하기란 학업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 어려우며, 장래 직업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자폐아는 대단히 적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든 학교의 한 학생, 한 학생 모두에게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찾아주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그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기술 즉, 서바이벌 스킬을 가르치는 일을 내 일의 목표로 삼아야 했다.
본 책은 자폐아의 생활을 장기적인 시야에서 볼 때, 어떠한 사회적 자립 기능과 언어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하느냐는 관점에서 최신 정보에 입각하여 학교 현장에서의 지도 방법을 기술한 것이다.
제1장에서는 언어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관점을 기술하였다. 이것은 ‘응용행동분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근년 자폐아의 언어 지도에 큰 진보를 가져오고, 국내외적으로도 토픽이 되고 있는 영역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관심은 실천적 응용에 있다. 그래서 제2장에서는 가능한 한 구체적인 사례를 많이 들어 기술하였다.
본래라면 실천의 예 앞에 ‘언어 개발의 기초이론’을 두는 것이 좋지만, 제3장에서 기술하였다. 연구 의욕이 왕성한 교사는 반드시 반복하여 이 부분을 참고하면서 실천의 예를 읽어주기 바란다.
제4장은 사회적 자립을 위한 서바이벌 스킬을 부산구화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는 ‘작은 사회 학교’를 사례로 들어 기술하였다.
자폐아의 언어 개발은 부모까지 포함하여 장기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종래 치료교육은 이 점이 결정적으로 빠져 있다. 그래서 제5장은 부모와 협력이 잘되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는 교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부모를 공동지도자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만 한다.
책 표지 그림과 각 장에 2013~2014년 ‘발달장애아 사생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을 삽입하도록 허락해 주신 부산장애인부모회에 감사를 드린다.
2014. 8. 31
부산구화학교에서 정년퇴직을 맞으며 이 용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