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치가 언덕으로 되돌아갔다.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쓰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나는 내 미래를 본 사람처럼 살았다.
속수무책으로
숨 쉬고 밥 먹고 잠자고.
길바닥에 혹시 쥐의 시체가, 구체적인 쥐의 내용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조금 편해지고 싶다.
조금 편해져야 한다.
2015년 가을
김엄지
할도에 가고 싶다.
할도에 가면 전복죽도 먹고, 방어, 잡어, 회를 쳐서 먹고, 이런저런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말들도 듣게 되고, 말하게 되고, 파도에 발이 젖고, 막대 불꽃 흔들고. 계속 서글프고.
절벽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유리 가루 같은, 칼 같은 비는 맞고 싶다.
내가 쓰려던 할도는 거칠고 사나운 것이었는데, 쓸때의 감각은 안온하고 몽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