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그만 책자 <소설의 미래>는 탈근대에 대한 관심과 모색의 한 결과물이다. 나는 평소 내가 근대인이라는 사실을 약간은 강박적으로 상기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중세 종교재판의 두려움과 신분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있음 대량생산되는 공산품 덕분으로 물질적 풍요까지 누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것은, 우리의 삶이 영원성에 대한 존재의 심원한 갈구 같은 것에 무지하도록 짜인 체제에서-백년 전의 선조들을 생각하면 자연에 대해 거의 제국주의적인 수준의 착취를 통하여, 또 선조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을 속도에 실려 타인과 경쟁하며 자아분열까지도 감수함으로써 가능함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