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한다. 눈이 나쁜 편이고, 겁도 많아서 운전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작업실에 출퇴근하는 편리함에 젖어 있기는 해서 언젠가 운전을 그만두게 되면 불편하겠지, 하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60세가 되면 그만둘 생각이다. 그때는 더 눈도 나빠져 있을 것이고, 반응 속도나 순간적인 판단력도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운전할 자격이 없다, 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노화는 도로 위에서 충분히 위험인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2024년에도 많은 노인 운전사고가 있었다. 물론 그 수를 훨씬 웃도는 젊은이들의 운전사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사회는 고민해야 한다. 현행으로는 노인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약 1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운전면허를 반납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노인은 택시를 잡기도 힘들고 버스를 타는 일도 녹록지 않다. 대중교통에서 그들은 때때로 불청객이 된다. 그러니 운전대를 잡는다. 눈이 나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운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오늘도 운전석에 앉는다.
그런 상황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일은 개인의 책임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운전하는 노인 인구가 늘고 그로 인해 불행한 사고들이 생겨난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을 다 다루었다.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가 양쪽 모두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특별히 어떤 사건을 토대로 쓰인 글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뜨거운 여름에 쓰기 시작해 해를 넘기고서야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출간을 결정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쥐고 있는 당신께 감사드린다.
나는 그동안 가족의 여러 모습을 참 많이도 다뤄왔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족은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갖게 해주는 존재다. ‘애증’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복잡한 존재. (…)
앞으로도 많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 가족이라서 더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하고, 가족이라서 더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가족 때문에 비뚤어지고, 가족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 많은 가족의 이야기로 나는 작은 경고를 담고 싶다. 가족이라도, 혹은 가족이라서 ‘그래서는’ 안된다는 경고. (…)
이 후기를 적는 동안 해가 기울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알림이다. 나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간다. 따뜻하고 순수하게 잔인한 내 집으로.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다가 출간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
《유괴의 날》, 《구원의 날》에 이은 《선택의 날》로 유괴를 소재로 한 ‘날 3부작’을 마쳤습니다. 출간 순서는 《유괴의 날》이 먼저였지만, 사실 집필은 《구원의 날》이 먼저였지요. 당시에는 제목이 《구원의 날》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쓰면서 유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유괴를 했는데 그 부모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살인자로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써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 천재 소녀와 어리바리한 유괴범이라는 캐릭터를 넣어서 블랙코미디로 가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말할 수 없는》은 트리트먼트 작업 상태라 그냥 두고 《유괴의 날》을 먼저 쓰게 되었고, 그렇게 《유괴의 날》이 먼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편집자분과 《말할 수 없는》의 출간을 논의하던 중, 제목이 강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고민하던 편집자께서 이야기의 내용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이니 《구원의 날》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고, 농담처럼 이럴 거면 ‘유괴를 소재로 한 날 시리즈 3부작’을 쓰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출간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