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가족의 여러 모습을 참 많이도 다뤄왔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족은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갖게 해주는 존재다. ‘애증’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복잡한 존재. (…)
앞으로도 많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 가족이라서 더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하고, 가족이라서 더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가족 때문에 비뚤어지고, 가족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 많은 가족의 이야기로 나는 작은 경고를 담고 싶다. 가족이라도, 혹은 가족이라서 ‘그래서는’ 안된다는 경고. (…)
이 후기를 적는 동안 해가 기울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알림이다. 나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간다. 따뜻하고 순수하게 잔인한 내 집으로.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다가 출간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
《유괴의 날》, 《구원의 날》에 이은 《선택의 날》로 유괴를 소재로 한 ‘날 3부작’을 마쳤습니다. 출간 순서는 《유괴의 날》이 먼저였지만, 사실 집필은 《구원의 날》이 먼저였지요. 당시에는 제목이 《구원의 날》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쓰면서 유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유괴를 했는데 그 부모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살인자로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써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 천재 소녀와 어리바리한 유괴범이라는 캐릭터를 넣어서 블랙코미디로 가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말할 수 없는》은 트리트먼트 작업 상태라 그냥 두고 《유괴의 날》을 먼저 쓰게 되었고, 그렇게 《유괴의 날》이 먼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편집자분과 《말할 수 없는》의 출간을 논의하던 중, 제목이 강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고민하던 편집자께서 이야기의 내용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이니 《구원의 날》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고, 농담처럼 이럴 거면 ‘유괴를 소재로 한 날 시리즈 3부작’을 쓰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출간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