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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황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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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당신의 이름을 삽니다>

도시의 낙타

칠십 평생에 남은 거라고는 건강 하나뿐입니다. 그 하나 남은 거 지키려고 일 년은 삼백육십오일 새벽 산을 오릅니다. 오르다보니 느낌이 와서 글이 되고 그림이 되었지요. 모자라는 글과 그림을 함께 느껴 주십사고 매일 아침 칠백 여 지인들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느린 발길 새벽산행이 어느덧 천 일을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도 한 마리 도시의 낙타는 달과 함께 별을 보며 산을 올라갑니다. 어느 골 낡은 절 새벽 범종소리에 영 너머 동녘하늘이 희부연 밝아오네요.

뱁새가 황새는 왜 따라가?

어른들도 동화를 읽어야 합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 공원 벤치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는 안경을 코에 걸고 책을 눈 가까이 대고 읽고 있고, 손자는 벤치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간들거리며 책에 머리를 박다시피 하고 있네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슨 책을 읽으셔요?”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동화책이란다.” “동화책은 저 같은 어린이들이 읽는 거잖아요. 왜 할아버지가 읽으셔요?” “물론 동화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거지만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어야 한단다.” “왜요?” “동화책에는 어린이들의 고운 마음, 동무들과의 순수한 우정, 부모와의 사랑, 이 세상과 저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는 티 없는 상상력이 들어있거든.” “어른들 책에는 그런 게 없어요?” “가끔씩 있기야 있지. 하지만 어른들은 자기를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하여 직장이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싸우느라고 자기 마음이나 우정이나 사랑 같은 것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 “아, 그래서 아빠나 엄마는 언제나 바쁘고 피곤하다고 하는군요?” 할아버지가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아빠나 엄마도 너처럼 어려서부터 동화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바쁘고 피곤해도 곧 여유를 찾을 거야.” 손자가 눈을 반짝이며 할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저도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들어도 동화책을 읽을 거예요. 물론 다른 책도 읽겠지만요.” 할아버지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손자를 그윽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어느덧 해가 지려는지 공원의 숲이 붉게 물들어갈 때 할아버지와 손자는 가만히 책을 덮고 벤치에서 일어섭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어깨를 따뜻하게 껴안고 손자는 할아버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싱그러운 오월의 미풍이 두 사람을 감싸듯 살랑이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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