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바람이 가득했던 지난 이른 봄, 지기가 자신의 동거녀 이야기를 펴놓겠다고 했다. 곧잘 술자리에서 그와 동거녀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라며 꼭 사진 한 장 싣는 기회를 달라고 졸라댔다. 뜨거운 여름 내내 재미난 많은 이야기들 뒤에 숨은 수많은 아픔을 보았다. 재미는 아픔을 밟고 일어선 가슴 시린 감동이었다. 그리고 묵묵히 그 아픔을 글로 담아내는 지기의 땀방울과 눈물을 보았다. 그렇게 한 양동이의 ‘물’을 쏟아낸 지기의 아름다운 글이 독자에게 다가가는 데 나의 부족한 사진이 누가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