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다른 과학 저작들과는 달리 『식물변형론』은 직렬식 서술이다. 그것은 대상이 생명체이고, 내용상 시간의 흐름이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땅속에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워 줄기와 잎으로 자라고 꽃을 활짝 피운 후 단단한 열매로 영그는 전 과정이 눈앞에서 서서히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식물의 일생’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듯이 애정 어린 시각으로 지켜본 식물의 관찰 방식은 곧 자신의 인생 회고로 이어졌다. 『식물변형론』의 서술 방식은 괴테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서. 시와 진실』의 전체 구성 방식의 모태가 되었다. ‘식물의 일생’이 그대로 ‘자신의 일생’에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과 들로 쏘다니며 오랫동안 식물을 접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떠오른 생각은 인간 세상과 식물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같은 생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찌 그리 우리의 삶과 닮았는지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되돌아보는 삶’은 우리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한 명제이자 과정입니다. 식물 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식물의 입이 되어 식물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전하는 것이 그동안 진 빚을 갚는 길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식물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호형호제하신다면 좋겠습니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온기가 필요합니다. 이 책이 식물에도 따스한 눈길 한 번 더 주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이름은 소통을 위한 명칭으로, 사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또한 이름은 그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꽃과 나무도 제각기 이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같은 식물이라도 나라와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르게 부른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물별로 단 하나의 이름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이다. 학명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 소통하기 위한 공통분모이자 고유한 이름으로, 18세기에 체계화되면서 세계 공통의 표준어가 되었다. 이 책은 정원사뿐 아니라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식물에 관한 한 세계 공통어인 라틴어를 통해 식물의 특성과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고, 그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눈뜨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