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지위를 다툰다. 세상에는 많은 ‘자리’가 있고,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를 원한다. 그런 희망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욕구를 가진 사람들 중 다수가 그 자리에 걸맞은 마음가짐과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교육은 경쟁만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 어린이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경쟁의 대열에 뛰어들도록 내몰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 키워진 경쟁의식의 결과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이만큼의 발전을 이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을 딛고 올라가기만을 재촉하는 가열된 경쟁사회는 적잖은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길러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 혹은 어떤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잖게 만나지만, 그 자리에 어울리는 책임의식을 갖춘 분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누가 봐도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고 할 만한 사람들이 제 것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사회 곳곳에서 저급한 이해다툼으로 비롯되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다.
혹자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민족이라는 출처불명의 자조적인 해석을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당치 않는 이야기다. 이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던 우리의 선조들은 진작부터 나름대로의 지도자관을 수립했다.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이 화랑정신이다. 이 화랑정신은 개인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해주기도 했지만, 그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도덕적 의무를 일깨웠다. 화랑정신으로 충만했던 신라의 지도자들이 오늘의 우리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것을 짐작해보자면, 삼국통일에 얽힌 그들의 영웅담보다는 오히려 ‘지도자들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화랑들의 피땀이 흩뿌려진 유적지에서 그 역사적 사실과 함께 오늘날의 지도자 훈련에도 여전히 유용할 수 있는 화랑정신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했다. 그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방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되살리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소박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