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스며들어 정액이 되고, 피가 되고, 웃음이 되고, 갈증이 되는...
내 몸에 투신해서 끈적임이 되고, 개흙이 되고, 붕어의 지느러미가 되고, 생리가 되고, 수위가 되고, 임계상황이 되고, 월경하여 탈영토가 되고, 인디가 되는...
시원(始原)의 물을 끌어올린다.
모터에 마중물을 붓고, 연결 부위에 개흙을 발라도 지지리도 말 안 듣는 고집불통의 애인처럼 지하수는 쉽사리 쏟아지지 안흔ㄴ다.
거친 분수꽃으로 터져라.
수압이여,
시여,
너의 물꼬는 어디인가.
팥꽃을 팥꽃의 높이에서 보면 들판의 팥꽃이 두타산 꼭대기에 피고, 구름 위에서 피기도 해.
고추를 딸 때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아서 보면 고추가 부처님으로 보여.
구절초를 구절초의 높이에서 보면 별처럼 보여.
나무에 달린 사과의 높이에서 사과를 바라보면 합장이 절로 나와.
사람은 늘 자신의 고정된 눈높이가 있지.
나의 눈높이보다는 상대방의 높이에 내 눈썹을 맞추면 순식간에 새 세상이 보인다는 아버지 말씀. 감자를 캘 때 흙속에 손을 쑥 집어넣으시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2017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