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네빌 브로디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열풍은 가히 세계적인 것이었다. 추상적인 기하조형에 기초한 그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적 수사는 형식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당시 젊은 디자이너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의 방식을 따라한 인쇄물들을 찾아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그의 대처는 단호했으며 한편으로는 어이없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을 모방한 아류들이 생겨나고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급기야 그는 그들로부터 자신이 잡아먹히는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거둬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