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나라의 틀이 지방분권체제로 변화되면서 지방의 자율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중앙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중앙에 의존하던 타성도 벗어던지고 지역의 일을 자발적으로 골라서 처리해 나갈 때 지역의 발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중앙정부가 지역 간의 상대적인 낙후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낙후한 곳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지역에서는 자율, 자발성, 자치의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의 누카타 정은 깊고 깊은 산골입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볼거리라고는 없는 이곳에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벚꽃나무와 단풍나무를 심어 일본의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역사람들 스스로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그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중국의 상해 축구장 사례도 빼 놓을 수가 없네요. 상해 시장은 상해에 거대한 축구장을 건설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마음의 해이로 축구장으로부터 흑자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까 염려하여 그리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상해의 축구장 가운데층을 빙 돌아 특급호텔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좀 더 크게 가볼까요. 싱가포르는 원래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나라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강제로 독립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쫓겨난 그 절망감을 딛고 오늘의 부를 일구어 냈습니다. 만일 말레이시아로 계속 남아있었다면 싱가포르 지역은 분명 오늘 보다는 못한 지역으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지역이 온전히 중앙으로부터 독립을 할 때 오히려 지역의 힘찬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물론 중앙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되 우리 스스로 알아서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누가 우리에게 타 지역 보다 특별히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주려고 하겠습니까? 지역의 자립과 자율이 강조되는 이유는 어쩌면 자립과 자율이 더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 힘차게 일어섭시다.
하지만 실제의 세상은 자립만으로 지탱되지는 않습니다. 지구의 생명체들이 태양 에너지 없이 어찌 한시라도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외부 에너지 없이 안에서 아무리 안달복달 해 봐야 답 나오기 힘듭니다. 사람이 밥 먹지 않고 아무리 운동해 보아야 어찌 건강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광주·전남의 입장에서 중앙정부가 태양이었으면 좋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적시에 공급하는 정부 말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지역에 자금을 지원할 타당성이 무엇인지, 우리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제시한다면 중앙정부로부터 외면 받지 않는 그런 세상이라도 와야 합니다.
인간에게 주변의 외면, 왕따는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입니다. 국가가 앞장서서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을 야기하면 안 되지요. 하지만 호남은 그런 당연한 기대조차 접어야 하는 처지에 처해 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이 좋다고 말입니다. 중앙정부의 태양 노릇이란 우리가 내부의 능력을 길러내고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외부의 온갖 에너지를 만들어낼 때 그 노력에 대해 공감해주는 정도면 족합니다.
중앙정부의 역할을 내 팽개친 정부를 상대로 불쌍한 표정으로 읍소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효과도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외부 에너지 없이 지지고 볶아 보아야 얻는 게 없는 현실과 우리를 외면하는 정부를 둔 현실! 우리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이 딜레마 때문에 저는 고민이 많습니다. 이 책은 그 고민의 흔적입니다.
그 흔적을 단 한줄로 요약하면 ‘내부의 힘을 기르되 고립되지 않으며 외부의 힘을 찾되 종속되지 않는다’ 입니다.
지역의 힘은 4가지 분야를 튼튼히 할 때 길러진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지역의 발전 방향이 얼마나 제대로 잡혔느냐가 중요하지요. 그렇기에 발전 방향을 만들어 가는 리더십이 잘 갖추어져야 지역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지역이 튼튼하지요.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생산력이 튼튼해야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생산력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셋째, 지역이 팔려야 지역이 발전합니다. 기업도 만들어 놓은 물건이 아무리 많을 들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팔려야 장땡입니다. 물건이 팔리려면 가격 싸고 품질 좋고 멋져 보여야 하듯이, 지역도 여러모로 매력이 넘쳐야 팔리지요. 그렇기에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은 홀로 가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것이 좋지요. 지역 내부에서는 구성원들간 상호 연결이 잘 되고 상호간에 주고받는 게 많아야 경제가 살게 됩니다. 지역 바깥과도 서로 소통이 잘 되어야 지역 경제가 잘 운용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역도 왕따가 되면 안 됩니다. 그렇기에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외로 네트워크가 잘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마이클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을 응용하여 이 책을 다음과 같이 4편으로 구성했습니다.
제1편(발전방향) : 광주·전남의 발전 방향을 말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강한 자주정신을 기르고, 외부적으로는 호남 왕따를 해외 진출로 돌파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미진하지만 대책도 제시했습니다. 얼마나 호소력이 있고 실천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같이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제2편(내부 힘르기) : 우리 지역 내부의 힘을 기르는 여러 가지 일들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발전의 걸림돌을 걷어내고 자원을 만들어 가보자, 지방분권을 촉구하고 얻어낸 권한으로 자치를 충실히 하여 지역을 책임질 지역인재를 기르고 기업을 부흥시켜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3편(매력 갖추기) : 지역의 매력을 갖추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에 대해 말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사랑하는 일을 역설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부정적인 면을 거두어 내고 매력을 갖추어 외부의 에너지가 우리에게 흘러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또 말했습니다.
제4편(내외 연결) : 광주·전남 내부의 상호 연결을 점검하고 우리와 외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내부 연결도 아직은 미흡하고 외부와의 연결 상태는 절망적입니다. 돌파해야 합니다.
우리 내부의 여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여건의 모든 것을 모아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 우리는 저절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지역사회의 어르신들, 동료 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의 편인 아내와 함께 책 출판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앙 집중이라는 과거의 유산을 지키려 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각 국가마다 독특한 특성으로 무장하여 온갖 경쟁력을 갖춘 지방으로 승부하고 있는데, 서울은 지방에서 몰려오는 인구와 자원의 압력 덕분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지방은 중앙 정부 지원만 바라고 자립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앞길은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