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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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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장등산 개나리꽃>

장등산 개나리꽃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과거사를 생각하면 얼굴부터 붉어진다. 이런 중에도 그나마 잘한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주례사가 없는 전통혼례를 치른 것이다. 이건 내가 잘했다. 그게 무엇이든 다 그렇지만, 말도 많아서 좋을 게 없다. 누가 들뜬 분위기에서 들리는 그 금과옥조들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지금 이렇게 쓰는 이 글이라고 이와 다를 리 없다. 저마다 제자리가 있다. 나리꽃이 아름답지만 콩밭에 들면 잡초가 되고 만다. 못난이도 적절한 자리에 놓이면 훌륭해진다. 썩은 과일조차 거름으로 쓰면 좋지 않겠는가? 삼라만상이 다 이렇다. 이 글의 운명이 궁금하다.

장등산 개나리꽃

인간들은 필멸의 존재여서 글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장구한 세월을 두고 보면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다. 이른바 불후의 명작이라는 것들조차 잊힐 뿐만 아니라, 그나마 남은 걸작들마저 끝내는 사그라지지 않느냐. 하물며 그런 위대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인물의 잡다한 이야기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공연히 글을 쓴답시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고구마나 삶을 일이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감자를 먹어도 좋겠다. 하지만 고구마나 감자를 먹더라도 분위기는 좋아야 한다. 그러자면 이에 어울릴 만한 수필도 필요하다. 나도 이 시대의 자식이다. 내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바가 분명 있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내 생각일까? 더구나 나라고 주장하는 것조차 환상이 아닌지 의심하면, 그 끝을 알기 어렵다. 이러니까 내 글이란 것도 기실은 나라고 믿는 어떤 그릇에 담긴 물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갈무리한 글들은 이미 발표했던 것들이다. 이후 여러 차례 다듬었으나 잡티와 그늘이 남았다. 이것도 운명이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가끔은 청산리에서 벽계수와 노닐고 싶다. 그러나 수렁에서 흐느끼는 연꽃 또한 빛나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서기 2017년 12월 동산동 우거(寓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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