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진심이다. 그래서인지 글을 쓸 때 생각의 머리맡에 두는 게 요리연구가의 조언이다. 음식에 굳이 나트륨이나 설탕을 많이 쓰지 않고도 양파즙, 레몬즙, 허브 같은 천연 향신료로 맛있는 저염식 저당식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음식은 첫술엔 다소 밍밍할지 몰라도 먹을수록 재료 본연의 깊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내 글쓰기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저당의 감성과 덜 맵짠한 스토리로 감칠맛이 폭발하지 않더라도 음미할수록 끌리며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고단한 누군가의 소울푸드에 슬쩍 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 나이가 되면 조금은 그럴듯한 얘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삶의 예각적 대립들은 모서리가 깎여 나가 슬거워질 것이고, 아린 맛을 우려낸 사랑은 맛과 향기가 다르겠지. 죽음조차 몰강스럽지만은 않아 탐탁지 않게나마 트고 지내야 할 이웃으로 여길 테고. 그러나 막상 쓰고 보니 지나온 것들에 대한 변명과 호들갑이 있을 뿐, 슬거움도 향기도 이웃도 간 데 없다. 그저 군내만 풍기는 것 같아 얼굴이 달아 오른다.
소설을 읽는 건 다른 인생에 대한 맛보기라고 생각한다. 그 것은 내 인생의 사건들처럼 직접적이지도 억울하고 유해하지도 않거니와 맛의 시너지 효과까지 따라와 삶을 더욱 맛깔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맛맛으로 차려 놓은 내 시식 코너를 다녀간 독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더 구체적인 기쁨과 행복을 맛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