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기대어 살았느냐고 묻기도 전에
쌓여 가는 말들이 나이를 먹는다
바람이 벗어놓은 시편들이 내는 소리
그것은 마치 시를 쓸 때 내는 숨소리와 같다
나를 깨워가는 시간들이 지루하지 않았기에
하나 둘 이름이 되었다
뼈대에는 사계의 속살이 오르고
끈질긴 허방에도 끄덕여 주는 시심하나로
타고난 목수처럼 대패질을 했다
무엇으로 선뜻, 나라고 꺼내어 주겠는가
문자들만이 제각기 존재를 일으켜
‘바람이 걸어 온 시간’ 에 당도하였다
산 아래로 바람이 놀다간 흙내음이 달다
집짓는 일 늘어 갈수록 바람이 꽃보다 한수 위다
2019년 여름 시담정에서
땅끝에 서 있는
나무 같은 풀 한 포기
소망의 돌 하나 품은 뭉클한 저녁
그 돌 하나가 키워온
변하지 않는 시심을 믿고
생은 늘 심장이 뛰었고
세월도 적절히 익어간다.
사계절 바람의 안부가 없었다면
어찌 눈을 뜨고
하늘을 경배할 수 있었을까?
그 절정을 노래한 여덟 번째 시편 속에
담아온 꽃무늬 여기저기
누구라도 화자가 되어 오시라
만개함을 전하는 와시(臥詩)의 숨소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