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시를 몇 편 발표하면서
시작메모도 곁들여서 썼던 기억이 난다.
"시를 쓰면서 시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 글에서 분명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 말을 하고 무엇이 나를 쥐고 흔들고 있는지도 모르며
오래도록 참 많은 시간을 앓았다.
시를 잃어서 앓았고, 나를 잃어서 앓았고,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서 앓았다.
"시를 쓰면서 시를 잃어버렸다." 라는 말은 지금도 유용하지만
이제는 노회한 노기처럼 사람살이의 쓸쓸한 배경을 알아서
지나온 시간들이 설익은 욕망의 치기였음도 안다.
지금은 그 치기라도 헌정할 쓸쓸한 배경조차도 없다.
시간은 가고 남은 게 없다.
너무 늦은 시간 동안
말없이 앉아 있던 그 자리위에 앉아서 오늘은
또 무엇을 기다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