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십여 년 동안 아니 에르노의 엄격하고 대담한 글쓰기의 궤적을 열렬히 흠모해온 것은, 언뜻 보면 그 형태에서 그녀의 글쓰기가 나의 미궁과도 같은 기나긴 작업의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쓰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실존의 고통과 즐거움과 복잡함을 적나라하게, 뼛속까지 파헤치는 데 주저 하지 않는다.
나는 은유 없는, '효과'를 추구하지 않는 그녀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녀의 문장들은 부싯돌 같은 날카로움으로 살아 있는 살점을 생으로 도려내고 살갗을 벗겨낸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최근 들어 위와 같은 그녀의 성향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