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나'가 아니어도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과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아빠의 존재와 아빠의 관심을 귀찮아하는 눈치를 보인다면, 어찌 쓸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의 수많은 아빠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마음에서 억지로 밀려나기 전에 미리 나와서 그들이 홀로 서서 걷는 것을 지켜봐 주어야 한다.
허락한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한다.
사막에 홀로 서 있는 우물처럼
당당한 그 말이 비치는 거리
어디쯤이든지 그대의 얼굴이 있다
노을처럼 아련하다.
허락한다는 말은
너를 매 맘에 가진다는 말이고
내 안에 들어와도 졿다는 말이다.
말랑한 찐빵의 따뜻한 속만큼 부드럽고 달콤하다
허락한다는 말같이 듣고 싶은 말이 있을까
해도 좋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말의 건조함 혹은 비틀림보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다가온다
2010. 여름 끝자락
이미 써서 발표해 버린 시들을 다시 손을 봐서 고친다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손을 댔다.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되었든, 안 좋은 방향으로 되었든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독자의 몫이고, 시인으로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