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을 채우다! 언젠가 또 백이 채워지겠으나, 수는 채워도 채워도 비어 있으니······. 채운다는 말은 허상이다. 사는 것도, 쓰는 것도 그러하다. 여기에 보탠 글도 채운다고 썼으나, 그렇다 말하기 부끄럽다. 글을 쓰면서 부끄러움을 잘 알게 됐다.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해 부끄럽다.
“인종 차별을 비난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며 오랜만에 호쾌하게 웃다가 생각했다. 아직 웃음이 남아 있구나. 호쾌하게 웃다가 생각했다. 아직 웃음이 남아 있구나. 돌이켜 보면 나도 배를 잡고 웃던 때가 있었다. 정말 나뭇잎만 굴러가도 깔깔대던 그 시절에 ‘웃음’을 거의 소진했는지 모른다.”
『홍계월전』은 나라를 구한 용감한 여자 이야기입니다. 씩씩하고 날랜 홍계월은 이야기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 수많은 용맹한 여자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선 걸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홍계월이 있지요.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