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미디어에서 장애(인)와 관련된 이슈는 빈번하게 등장한다. 역경을 극복하는 장애인, 장애 가족 이야기, 지체 장애 국회의원 후보와 지적 장애 자녀를 둔 국회의원 등 모두 미디어를 통해 일반 대중 사이에서 화제가 된 장애 인물과 이슈이다. 장애에 대한 언급조차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장애(인)의 빈번한 등장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대중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장애의 양적 증가가 부분적으로나마 장애인의 권리 신장과 사회적 통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 대중 미디어 속 장애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미디어가 재현하는 장애(인)는 무엇을 말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미디어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제도 및 기관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호주 출신 미디어 장애학자 케이티 엘리스(Katie Ellis)와 제라드 고긴(Gerard Goggin)의 2015년도 공동 저서 《장애와 미디어(Disability and the Media)》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미디어 장애 재현과 산업 구조 전반을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비록 이 책이 미국과 호주 등 서구 국가들의 미디어와 장애를 주로 언급하고 있지만, 장애와 미디어라는 소재가 보편적인 성격이 강하고 관련 연구와 실천이 이들 국가에서 먼저 실행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후발 주자 격인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디어 연구(media studies)와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관점을 빌려, 미디어와 장애를 둘러싼 관계 및 역할, 장애 재현 역사, 장애인의 미디어 수용 및 변용, 미디어 산업 현장에서 장애인의 위치와 영향력, 장애인의 미디어 참여 정치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풍부한 사례와 해석을 담아 읽어 내었다. 학술적 희소가치뿐만 아니라 가독성도 높아 미디어와 장애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개론서와 교양 도서로서도 적합하다.
장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장애인 가족(제1역자)과 장애인 당사자(제2역자)로 구성된 공역자 2인은 오래전부터 미디어와 장애 재현의 중요성을 자각해 왔다. 왜냐하면 미디어가 장애인 및 관계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생활 속에서 장애인과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극히 적어 장애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대부분 미디어에서 얻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에 반해 미디어가 부정적인 고정 관념과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사실은 이 책 번역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이 책 번역과 함께 미디어와 장애에 관한 유용한 지식이 전파되고 관련 정보의 부족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어 장애 인식 개선 및 전환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