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업 노트 속의 두서없는 단상들, 이런저런 손끝의 흔적들을 통해 과거의 나와 만나는 시간은 기대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떤 때는 도대체 무슨 생각과 감정이 들었기
에 이런 글귀를 남겼는지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했으며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별반 더 성숙해지지도 못한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이 책은 2년 남짓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가끔은 곤혹스러운 마감을 통해서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분들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그동안 겁도 없이 수많은 이들에게 불쑥 내밀었던 질문들과 제안의 글귀들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깊은 이해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론 수많은 참가자들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그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였더라면 아마도 그러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글의 시제는 과거형과 현재형이 뒤죽박죽인데 이 모든 이야기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진행형이기도 해서이다. (……)
이 책은 모든 프로젝트들을 가능하게 해준 조력자, 후원자들과 나의 가족, 무엇보다 어디에선가 우리가 함께한 경험을 각자의 기억으로 가꾸어가고 있을 수많은 익명의 참가자들의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