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내는 것이 일종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나의 투쟁 일생이 가공 속의 역사를 헤맨 것인가, 아니면 정당했던 것인가 역시 확인하고 싶었다. 좀처럼 미국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어떤 일들이 오고 갔는지, 그리고 나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정의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헌신해오던 일이 과연 잘된 것인지 점검하고 싶은 유혹보다는, 진정한 과거사 정리를 위해서 이 책을 내야겠다고 판단했다.
이 책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고난을 그림자로 여기고 살아온 언론인의 진솔한 순정의 기록이다.
1970년대, 폭력과 공포가 심화되면서 내 조국의 진실 된 입과 정의로운 목소리들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때 해외에서의 민주화 투쟁은 더욱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고 모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워싱턴은 그 해외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다.
미주지역 한인 역사서가 각 도시에서 발행됐으나 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사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격렬했던 반독재 민주화 운동사가 잊히고 묵살 당한다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큰 죄악이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우리의 후세대에게 선조들이, 선각들이 불행한 시대에 어떻게 싸웠는지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일으켰다.
대다수의 동지들이 세상을 뜨거나 고령화되어 이젠 그 기억의 존재마저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갈구한 시대에 해외동포들이 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 그 실제를 기록해놓고 싶었다. 물론 내가 겪은 경험과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으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 저자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