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손으로 만져보는 살인을 하지 않았을 뿐 나는 매일 누군가를 죽일 생각을하고, 행동으로 옮겨 누군가를 죽이고 시체를 버린다. 지난 십 몇 년 동안 정색을 하고 온 정신을 쏟으며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제 알겠다. 나 스스로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 당혹스러울 만큼 생생한 꿈을 꾸게 되는 이유는 매일 내가 살인자가 되거나,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추리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살인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가득하다.
누군가를 죽이는데 과연 어떤 이유가 있을까? 정말로 인간을 죽이는 일에 대한 타당한 이유라는 것이 있을까? 내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명제다. 실제 사건 속에 나오는 살인의 이유는 너무나 보잘것 없고 어이없는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고 어이없는 이유들, 살인자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유들이 결국 살인을 부른다.
그래서 인간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다.
추리소설을 쓸 때의 나는 괴롭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첫 문장을 시작해서 앞부분을 쓰는데 집필시간의 절반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물들이 정해지고 상황이 만들어지고 사건이 전개가 되면 글 쓰는 속도와 함께 나의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을 때는 거의 접신의 순간처럼 나는 없고 인물들과 사건의 엔딩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