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엔 공간이 남아 있다. 비어서 어느 때고 또 다시 찾아올 바람이다.
빈 마음엔 바람이 늘 나부낀다. 머무는 것은 산다는 것이다. 삶에는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애처로움이 존재한다. 머문다 하여 곧 그것이 부귀영화일 리 없다. 그러니 낮게 드리운 채 바람처럼 훌훌 미련 없이 살다 가는 것도 비우기 쉬워 좋을 법하지 않은가.
오늘도 '빈 가슴에 머무는 바람이려니' 나지막한 저음으로 창가에 다가가서는 엷은 미소가 아니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