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편을 잡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봄날, 백련시장 앞을 지나가다가 어린 벤저민과 만났다.
집 나온 나무가 측은해 보였다.
연구실에 들여놓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하는 사이 거목이 되었다. 정이 푹 들었다.
내 방에 오는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서 담소를 나눴다. 나무는 우리의 이야기를 다 알아들었다.
어떤 동료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나의 정년 후를 위해 자신이 기르겠다고 했다.
정을 뗄 수 없어 입양을 후일로 미뤘다. 정년 날이 가까워지자 나무가 이상했다.
서서히 눈을 감더니 끝내는 숨을 쉬지 않았다.
이곳이 마지막 안식처였다는 듯이,
다시는 집을 나가지 않겠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