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커다란 쟁반 하나 떠 있었어요. 크고 멋진 가시연잎을 나는 처음 보았지요. 가시연잎은 마음에 오래 머물렀어요. 어느 날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시연잎 배와 떠난 길고도 짧은 여행에서 떠오른 것들이 있었어요. 사람들, 사물들, 시간과 장소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무수한 것들과 함께였어요. 때로 몹시 어려울 때 그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가시연잎이 넌지시 건네준 선물 같았어요. 혼자 나서기 두려웠던 길에서 선선히 손 내밀고 함께 걸어 준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대와 함께여서 참 좋았습니다.
연못에 커다란 쟁반 하나 떠 있었어요. 크고 멋진 가시연잎을 나는 처음 보았지요. 가시연잎은 마음에 오래 머물렀어요. 어느 날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시연잎 배와 떠난 길고도 짧은 여행에서 떠오른 것들이 있었어요. 사람들, 사물들, 시간과 장소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무수한 것들과 함께였어요. 때로 몹시 어려울 때 그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가시연잎이 넌지시 건네준 선물 같았어요. 혼자 나서기 두려웠던 길에서 선선히 손 내밀고 함께 걸어 준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대와 함께여서 참 좋았습니다.
앞서 걷는 시인, 이제 막 출발한 시인, 시적 모험을 하는 시인 등 여러 시인들이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모여들어 ‘푸른사상 동시선’이라는 동시 숲이 생겨났습니다. (중략)
저는 언제나 즐겨 걸을 수 있는 동네 숲을 사랑합니다. 높은 산봉우리와 계곡, 기암괴석을 가진 명산만큼 자랑스럽습니다. 언제나 마음먹으면 걸을 수 있도록 편안한 길들을 품은 숲이지요. 그 숲을 걷다 보면 신기하게도 높은 산봉우리가 보이기도 하고, 숨었던 기암괴석이 만나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숲에 사는 생명들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언제나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하나하나 적어내리다 보니, 서점의 책꽂이 한 칸을 당당하게 차지한 ‘푸른사상 동시선’에서 우리 동네 숲 같은 넓이와 무게와 시인마다의 깊이가 전해옵니다. 원로 시인부터 신인까지 작은 벌레부터 커다란 송아지까지, 꿀벌 사는 작은 꽃밭부터 지구에서 한참 날아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먼 달나라까지 시의 공간도 참 넓습니다. 그러니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시마다의 깊은 마음은 또 얼마만 한 가슴과 키를 지니고 있을까요. 한 편 한 편 다시 새기며 가늠해 보고 싶어지지 않는지요.
‘푸른사상 동시선’에는 또 다른 자랑이 있습니다. 동시집 꾸미는 일을 동시의 가장 소중한 독자인 어린이 그림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쉰 번째 동시집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어린 날의 남다른 추억 하나를 품게 된 것입니다. - ‘책을 펴내면서’ 중에서
“수박 껍질을 왜 말려요?”
나는 빙긋 웃기만 했어요.
아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그러는 거예요.
“혹시, 마법의 약을 만드는 거 아녜요?”
내가 웃으며 끄덕끄덕 했더니,
“마녀다 마녀, 수박 마녀야.”
아이가 마구 떠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나는 수박 마녀가 되었어요.
이 시집에는 수박 마녀가 숨어 있을지 몰라요.
아이는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나도 지금은 마녀가 아니지만,
여기에 실린 시들은 아이처럼 개구쟁이들과 함께 놀던
마녀 시절부터 썼으니까요.
여러분이 멋진 마법사가 되어주세요. - 「시인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