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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번역

이름:부희령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9월 <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작품집 세트 - 전2권>

고양이 소녀

어쨌든 제가 바라는 것은, 청소년 여러분들이 어머니 아버지의 귀여운 응석받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양이처럼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혼자 하기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그런 일들을 해 나가면서 진짜 어른으로 자라나는 게 아닐까요?

로마의 운명 : 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하퍼는 로마의 마지막 장면을 다음과 같이 감동적으로 서술한다. “국가로서의 로마는 거대한 시류의 거침없는 끌어당김에 대항하여 온 힘을 다해 버텼다. 조용히 가라앉는 것을 거부했다. 자신들을 압도하는 흐름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힘을 우리는 폄하하지 않는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사건을 겪으면서 고대의 마지막을 살아냈다. 우리는 그들 스스로 왜 시간의 끄트머리에 살고 있다고 믿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들의 경험을 더욱 존중할 수 있다. 종말론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련의 사건들에 그저 순응하면서 마지막 세대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경이롭고 지속적인 행동을 하도록 고무되었다. 파멸이 임박했다는 의식이 목을 조른 게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숨겨진 지도 역할을 했다.” 소위 인류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스스로 이룩한 문명과 변덕스러운 자연으로부터의 압박이라는 로마의 마지막 장면은 결코 낯설지 않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유례없이 긴 장마가 지속되던 시기에 이 책을 번역하다 보니 우리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자연의 막강한 힘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살짝 아귀가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종말을 눈앞에 둔 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절박한 일상을 버텨나갔을 로마인들에게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바라기도 하고 장담하기도 하는 것은, 이 책 또한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지도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되는 것이다.

루살카 저주의 기록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자신의 자리를 선택하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운명은 우리를 선택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슬프고, 아름다워서 가혹한 운명 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루살카의 노래 같은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선량하고 무해한 휴일 저녁의 그들

콘도르는 날아가고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열두 살 되던 해 겨울의 일이다. 아버지는 오른팔과 오른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고 꽤 긴 시간 병원에 머물렀다. 어머니도 이따금 집에 들를 때 말고는 여러 달 동안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부모가 없는 집에서의 생활은 새롭고 자유로워 좋았으나, 새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숙하지만 방치된 아이로 세상을 대면하면서 기이한 경험을 자주 했다. 이전에는 세상 사람들을 막연히 어른과 아이로 나누어 생각했으나, 이후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가 더 선명해졌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릿속에서 사람들을 분류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끼어드는 범주나 선입견 없이, 분류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기가 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열두 살 여자아이의 눈과 목소리를 다시 꺼내 쓰는 일은 상쾌했다. 너무 두툼한 외투를 입어서 움직임이 굼뜬 상태로 살아오다가 겉옷을 벗어 던진 느낌이었다. 비로소 본래의 나로 돌아온 것 같은 과장된 활력이 샘솟았다. 물론 부처의 말씀에 의하면, 세상에는 나라는 게 없고 또 내가 아닌 것도 없다. 그러나 열두 살 여자아이는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에 가장 부합했다. 숨어 있던 자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으로부터 “부모님들에게 ‛10월 유신’ 국민투표에 꼭 찬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려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나, 온종일 칠판만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하는 학교가 싫어서 과학실에 불을 지를 계획을 짜던 나, 사람들 앞에서 네번째까지 딸인 걸 알고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하는 엄마를 미워하던 나, 버스 요금이 없는 줄 알면서도 무턱대고 버스에 탔다가 차장 언니에게 쫓겨 내려야 했던 나. 그 모든 내가 금지와 권위의 철조망으로 휘감겨 있던 흑백의 시절을 총천연색으로 다시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은 끝나도 개인의 기억 속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은 왜 중요한가? 공정한 기억이 이루어져야 공정한 망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망각이 없으면 평화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의 윤리적, 산업적, 미학적 측면은 결국 의식의 한 지평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저자는 기억의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늘 인간인 동시에 비인간임을 인식하면서 자신만을 기억하는 윤리를 뛰어넘고, 전쟁기계의 기억에 저항하고,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평화를 상상하는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다. 책의 제목은 서두에 나오듯,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의 한 구절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Nothing ever dies)”에서 따왔다. 번역을 시작하기 직전 나는 응우옌이 2016년도에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 《동조자(Sympathizer)》를 읽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번역되는 ‘Nothing’이라는 단어가 맥락에 따라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동조자》의 주인공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탈출했다가 베트남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정치위원은 계속 묻는다. “독립과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인공은 답을 찾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깨닫는다. “Nothing!”이라고. 그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독립과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혹은 ‘독립과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후자의 의미라면, Nothing은 특정되지 않은 보편으로서의 개인을 가리키는 말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개인이야말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즈의 마법사

어쩌면 도로시와 함께 모험을 떠난 세 친구들은 어린 도로시의 마음에 이미 싹을 틔운 지혜와 사랑, 용기를 각각 상징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이미 자기 안에 있음을 깨닫기 위해 도로시는 어렵고도 위험한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고요.……《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고 있습니다. 무지개 저 너머에 무엇인가 대단한 것이 있고,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믿는 한, 세상은 온통 잿빛인 황폐한 들판 같을 것이라고. 또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의 삶을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다 보면, 어느새 지혜와 사랑, 용기를 지닌 내가 아름다운 세상에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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